<늘푸른나무/문화산책/김준자 작가의 영미문학산책/2022년 4월>
미국 연극의 거장,아더 밀러(Arthur Miller,1915~2005)
아더 밀러는 미국의 양심을 대표하는 극작가로 국제 펜클럽 회장을 지낸 20세기 미국 연극의 거장이다.
1915년 뉴욕에서 유대계 중류 가정에 태어난 밀러는 소년시절 때 불황으로 집이 몰락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접시 닦기,사환, 운전사 등 다양한 일을 하며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많이 배운다. 밀러는 고학으로 미시간대학 연극과를 졸업한 후 뉴욕에서 생계를 위해 라디오 드라마를 쓰고 남는 시간에 희곡 창작을 계속한다. 가족이 해체되고 한 곳에 오래 살지 않는 미국사회에서, 가족과 개인의 책임,사회와 개인의 도덕성 문제 등을 다루면서 밀러는 사회적 갈등에서 오는 인간의 겉모습뿐 만 아니라 개인적인 고통까지도 심도 있게 묘사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1944년에《행운의 사나이》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밀러는 1947년에 출간한 전쟁 비판 심리극인《모두 내 아들》로 평론가 상을 받았다. 그가 33세 되던 1949년《세일즈맨의 죽음》이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퓰리처상을 받고 밀러는 작가로서 일약 성공을 한다. 1984년도에 받은 케네디 센터 명예 상은 극작가로서의 발판을 굳히게 되었고 테네시 윌리엄스와 함께 미국 현대 희곡의 기수로 나서게 된다.
1956년에 마릴린 먼로와의 결혼으로 유명세를 탄 밀러는 영화 같은 삶을 산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1961년에 그녀와 이혼했고, 1962년 사진작가 디트로이트 모라스와 재혼한다. 두 사람 사이의 딸 레베카 밀러는 배우이자 극작가, 또 영화감독이 되었고 자신의 희곡을 영화화한 <크루서블>(1996)의 주연배우 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아서 밀러의 사위이다.
세기적인 로맨스의 파경과 공산주의자로 몰리는 어려움에 시달리면서도 희극과 비극의 드라마로 점철된 삶의 대로를 걷던 밀러는 2005년 89세의 나이로 코네티컷 주 자택에서 암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임종 후 많은 배우, 감독, 제작자들과 브로드웨이의 극장들은 그를 추모하는 뜻으로 한동안 전등을 켜지 않았다.
“연극이 사람을 변화 시킬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밀러는 미국 명예의 극작가 전당에 이름이 새기어 있고, 2007년 3월, 그의 소망인 모교 미시간 대학에 아서 밀러 극장을 열었다.
아더 밀러(Arthur Miller,1915~2005)의 <세일즈맨의 죽음> 1949년
63세의 윌리 로먼은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사는 부지런한 세일즈맨이다.그는 가정적인 착한 아내와 건강한 두 아들을 둔 행복한 가장으로 지금 살고 있는 집도 10년 후면 월부금이 끝나 자기 집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그의 꿈은 희미해져간다. 세일즈맨의 월급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다가 급기야는 30년 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게 된 것이다. 희망을 건 두 아들들도 아버지의 기대와는 달라 그들로부터도 배반감을 느낀다.
주인공의 머릿속에는 지난날의 좋았던 때의 환상과 현재의 냉혹한 생활이 뒤섞여서 어수선하다. 시간이 갈수록 늙어가는 육체로 인한 피로감과 잃어버린 인생에 대한 뉘우침으로 슬픔과 절망감을 느낀다. 드디어 로먼은 마음을 굳히고 보험인을 찾아간다.
“형님, 아내도 그동안 고생깨나 해왔거든요.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갈수야 없잖아요? 뭔가 남겨 놓는 것이 있어야지요. 그냥 어떻게?---생각 좀 해보세요.잘 생각하시고 대답 해 주세요, 2만 3000달러는 틀림없이 있어야 합니다.아내도 그만큼 고생했으면---“하고 말을 맺지 못한다.
보험을 들고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야구 왕이 되고 싶어 했던 아들에게
“비프야, 볼을 칠 땐 70야드는 차야 한다. 그리고 볼이 떠가는 밑으로 돌진 하는 거야. 야구공은 나지막하고 세게 쳐야 돼.그게 중요하니까.”
이 말을 들은 아들은
“아버지 말씀대로라면 지금쯤 저는 굉장한 선수가 됐어야 하잖아요! 난 끝장이 난 거예요.전 1달러에 열두 개짜리 싸구려예요.아버지도 그렇구요.”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을 향해“난 그런 싸구려는 아니다. 난 윌리 로먼이야.넌, 비프 로먼 이고.”
이렇게 아들에게 충고한 아버지는 한밤중에 자동차를 폭주해서 자기 자신의 손으로 생명을 끊고 그의 죽음으로 탄 보험금은 가족이 살고 있는 주택부금 마지막 회까지 치러진다. 두리번대며 남편을 찾던 아내는 죽은 남편에게“여보, 날 야속하게 생각하지 마시우. 울 수도 없구료. 어떻게 된 거유?
---뭣 때문에 그런 짓을 저질렀단 말유.---
오늘 마지막 집세도 냈어요. 오늘 말예요. 빚도 갚았으니
---이젠 맘 놓고 살 수 있는데---“
참고:
20세기 고전 중 하나로 평가 받는 아서 밀러의<어느 세일즈맨의 죽음>은 소모품처럼 쓰인 자신의 인생에 대한 회한과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도달한 지점에는 허무만이 남은 아픔을 토로한 것이다.
그를 통해 현대인의 비극적 자화상을 고발하며 아버지의 진한 가족 사랑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이후로도 아서 밀러는 현대의 산업사회를 배경으로 소외되고 박탈당한 인간상을 그리는 교훈극들을 써서 20세기 문학계에 거대한 족적을 남겼다. 1930년대 아메리칸 드림의 붕괴라고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여러 나라에서 연극 무대에 올려 졌고 전 세계의 극작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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